갑골문을 새기다
–천수 한의원에서
이 령
주치의가 거북목을 고치려면 하늘을 자주 보라한다
이곳의 처방은 형이상학적 스트레칭이다
人→大→天
사람을 크게 품어 사람 위를 향하라
하기사 시나브로 땅만 보고 살았다
포복의 자세로 고독하게 고집스럽게
내려놓지 않고 홀로 맹렬하게 굳어가는 걸
당연지사 생존법인 줄 알았다
마주해야 바로 설 수 있다는 걸
크게 팔 벌려 서로를 안을 때 비로소 우리가 된다는 걸
사람 위 저 공활한 하늘이 있다는걸
새삼, 살아간다는 건 가끔 오던 길 돌아보는 환우 같은 거라고
지상의 짐은 덧댈수록 시도 시인도 안 된다고
뼈 때리는 일갈을 시인도 아닌 한의사가 한 수 일러줬다
처서 무렵 병실 창문 너머 하늘은 아득하기만 하고
자꾸만 굳어가는 시는 시, 인은
지상의 말을 받아 적으며 말캉말캉 서늘하게
필사筆師즉생 중이다
이 령 시인
2013년 《시를사랑하는사람들》로 등단
시집 『시인하다』『삼국유사대서사시 사랑 편』,
저서 『울진대왕소나무本 발화법』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