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시
  • 신작시
  • HOME > 신작시 > 신작시

2023년 1월호 Vol.19 - 김정웅



 산책

 김정웅





 그날도 무작정 걷는 날이었다

 길이 아닌 것처럼 무심하게 놓여 있는 길이 미처 
 펼치지 못한 안부처럼 남몰래 
 굽어 있었다

 직선으로만 전진했다

 이상하게도 곡선구간을 통과했고
 이미 방향 감각을 잃었다고 우리는 

 생각만 했다

 속속들이 보이는 정면은 항상 
 보이지 않는 후면보다 걱정이 많아서 미리 
 눈을 감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을 다물었고

 그 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직선으로만 생각했다

 아무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지나온 길이 
 조용히 어려워지고 있었다











 김정웅 시인

 2019년《애지》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