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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Vol.18 -이화영



 열애熱愛

  이화영






 어느 해인가
 엄마가 보내준 김장 김치가 지독하게 매웠다
 속앓이를 하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것은  
 시원하게 곰삭은 젓갈과 엄마의 손맛이었다

 서울 나들이오신 시아버님
 허옇게 메마른 입술로
 감기 걸려 입맛 없다며 시큰한 표정이더니
 엄마의 매운 삶 켜켜이 다져 넣은 김치 속을
 땀 흘리며 끼니마다 밥 한 공기 뚝딱 비우셨다
 
 나흘째 되는 날 
 웃음 주름 깊게 지으며 현관 나서는 아버님  
 아가 안사돈 김치 덕에 감기 다 나았다 하셨다
 
 아이들 방학하면 얼굴 볼란다고
 블란서제 베레모 쓰고 서울 나들이 오시던 아버님
 세월의 된서리 맞으시고 그 좋아하던 술 담배  뒤로하고
 수 년째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시다
 
 안부 전화 드리면서 건강은 어떠신지 물었다
 김장은 했냐 안 사돈은 건강하시고
 어눌한 말투
 엇갈리는 인사에 
 고시라진 배추 겉잎이 누룩처럼  떠왔다










 이화영 시인

 2009년정신과표현으로 등단.

 시집 『침향』『아무도 연주할 수 없는 악보』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