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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Vol.17 - 박은형

 

 

 백미러

 박은형






 백미러에 고인 어머니가 손을 흔든다
 지팡이로 받쳐놓은 구부정한 시간이 조금 줄어든다
 가속이 붙자 백미러가 풍경을 갈아치운다
 밀어도 백(back) 할 수 없는 어머니를 갈아치운다
 내 눈의 뜨거움 따위 가차 없이 뽑아버린다
 눈물은 한낱 은폐를 위한 철자법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속도대로 나는 변함없이 어머니를 떠난다
 어머니는 당신의 속도로 혼자 당신을 떠난다
 대문을 걸고 돌아가 시계 아래서 또 조금 떠날 것이다
 물방울처럼 손 볼 수 없게 된 생을 요약할 단어는 없다
 백미러에 고인 어머니를 떼 낸 차 안에서 나는 줄어든다









  박은형 시인

  2013년《애지》로 등단. 

 시집『흑백 한 문장』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