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
김소희
그레이하운드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석양은 오지 않을 것 같다
떠나온 것들에게선 고름 냄새가 난다
거즈로 가린 지루한 계절을 하얗게 잊어버리고
늦게 온 오늘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
노선표를 따라 나를 옮겨놓으려는 사람들
나는 버리고 온 702B 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경계심만 가득한 이국의 오후는
마음을 내어준 나의 어제를 변경하려고 한다
여전히 포비돈 용액을 가지고 다니는 것처럼 부푼 주머니
손을 넣으면 주머니 속은 언니의 방 같다
빛은 낯선 공간에 잠시 머문다
억지로 끌어올린 시간도 꺼내 놓으면 환해질까
한 방울의 기억이 섞이면
다시 버스에 오를 수 있을까
정류장에 햇빛이 요오드 색으로 떨어진다
* 미국영화 About time에서 빌려옴
김소희 시인
2018년 미주 중앙일보 신인상, 2020년 《시산맥》으로 등단.
시집 『비커가 있는 오후』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