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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Vol.17 - 김연종



 앵그리버드

 김연종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살려 달라고 애원했고 울부짖으며 앰뷸런스를 불렀고 성난 인간처럼 마스크를 쓰고 둥지를 탈출했다

 삐 소리에 개찰구를 통과하지 못했고 개구멍을 통해 딥페이크를 목격했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저녁 뉴스를 보지 못했다

 고장 난 이어폰을 끼고 구멍 난 바다를 모두 청테이프로 고정했고 어두운 터널에서 상향등을 켜고 힘껏 목청을 돋우었다

 망가진 몸을 타투로 장식하고 두 동강 난 이념에 접착테이프를 붙이고 파산의 관 속에 누워 분노의 볼륨을 머리끝까지 올렸다

 분명, 그럴 리가 없는데 난 벌레로 변신하여 갓 태어난 동생을 물었고 잠든 누이의 겨드랑이를 기어 다녔고 젊은 아버지의 코털을 건드렸으며 재혼한 엄마의 젖꼭지를 빨고 있었다










 김연종 시인

 2004년 《문학과 경계》로 등단. 

 시집『청진기 가라사대』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극락강역』,

 산문집『닥터 K를 위한 변주』『돌팔이 의사의 생존법』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