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손님
이명우
늦가을 이 이슥한 밤
몰래 찾아온 손님이 있는 것일까.
잠결에 이 소리 저 소리 들렸는데
무슨 소린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느닷없이 내 귓속에 대고 한 놈이 앵앵거린다.
그 소리에 칠십 킬로의 몸이 벌떡 일어난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불을 켜고 여기저기 살펴보아도 없다.
방안은 조용하다.
꿈일까.
내 몸을 만져보다가 담배 한 대 피워본다.
고요가 방안을 메우고 있다.
놈은 나의 약점을 알고 있는 듯
자는 습관까지 알고 있는 듯
나를 들어 올리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
나에게 할 말이 있는 듯
몇십 톤 아니 수백 톤 잠의 무게를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는 듯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혼자 웅얼거리다가 떠난 사람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나는 그 소리를 찾아 나선다.
사라진 소리는 흐리멍덩하던 내 머리를 깨우며
단단하게 내 몸속으로 들어가 있다.
이명우 시인
2016년 《국제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달동네 아코디언』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