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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Vol.16 - 정선희



 개는 훌륭하다

  정선희






 그 개는 사나워 길들이기 쉽지 않았다
 갑의 말은 듣지 않았으며 화가 나면 갑의 물건을 이빨로 물어뜯었다

 조련사는 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붉은 눈빛이 개의 눈동자를 관통했다 앉아!

 바짝 목줄을 잡아당겼다
 버틸수록 목줄이 목을 더 강하게 압박했다

 조련사는 개의 눈을 응시했다
 개는 조련사의 눈을 응시했다

 나는 네가 나의 을이 될 때까지 목줄을 잡고 있을 거야
 나는 너를 나의 갑으로 인정하지 않을 거야

 이빨을 드러내자 조련사는 목줄을 잡아챘다
 목줄이 숨통을 바짝 조이는 순간 
 이빨은 웃음이 되었다

 아직 비겁한 본능이 피 속에 흐르고 있었나 손을 내밀면 앞발을 내주었다 손짓에 따라 한 바퀴 굴러줬다 던져주는 간식을 맛있게 먹어줬다 하나둘  관중들이 눈물을 흘리며 손뼉을 쳤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리는데 방구석에서 반짝이는 게 있었다 잃어버린 귀걸이 한 짝을 보자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슬픔 때문에 빛나는 것들이 있었다

 채널을 돌렸다 오늘의 날씨는 대충 그렇고 그런 쪽으로 지구를 돌렸다









 정선희 시인

 2012년 문학과의식,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푸른 빛이 걸어왔다』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