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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Vol.16 - 장순금



 화양연화

 장순금






 내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에 나는 죽음처럼 아팠다

 고열로 굴절된 빛이 들끓은 길이 알 수 없는 데로 흘러 
 내게서 떨어져 나온 밤은 길어지고 아침은 해를 숨겼다

 그늘 무덤이 날마다 늘어가는 마당에
 오는 봄을 믿지 않았던 흰나비가 불안에 물을 주고 잎을 틔웠다
 불안은 무럭무럭 자라 꽃밭에 옮기니  
 세상에서 귀한 헛것을 피워냈다  

 익모초 입 안 가득 물고 그 시절을 봉하는데 

 나를 빠져나오느라 천 년이 걸렸다 

 저녁 어스름이 순한 짐승 같은 청춘을 생으로 떼어 간
 드라이플라워는 내다 버렸다

 초가을 햇살처럼 힘없이 
 눈을 감아도 
 불꽃 지나간 길 
 아름다운 그늘이 보인다










 장순금 시인

 198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낯설게도 다정해라』등 8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