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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Vol.16 - 강서완



 마리오네트

  강서완






  옷깃에 꽂은 마이크를 반납한 사내, 분장실 거울이 얼굴의 정면을 베어낸다. 눈코입이 사라진다. 피 한 방울 없이 잘 베어낸 평면에 금방 돋아난 속살처럼 눈코입이 돋는다. 상처 하나 없이 번번한 얼굴. 그는 내면 깊숙한 상자 속 숨 쉬는 입술을 확인하며 뚜껑을 꾸욱 누른다. 그래, 이제 멀지 않았어. 그가 발을 얹은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한 양팔저울. 그러다가도 하루아침에 새떼는 우르르 건너편으로 무게를 옮길 수도 있다. 날개만큼 힘센 게 없고 부리만큼 무서운 게 없다. 기어이 푸른 갑옷을 입어야 한다. 아무렴 푸른 투구를 벗기지는 못하지. 함부로 은밀히 한 목숨을 짓밟는 동조의 식은땀이 상자를 둥둥 띄운다. 상자의 모서리가 간간 속가슴을 친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장식근육, 숲을 통째로 등치는 백랍의 얼굴이 피에로의 달 휘날리는 붉은 전광판을 지난다.








 서완 시인

 2008년 《애지》로 등단. 

 시집 『서랍마다 별』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