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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Vol.15 - 남길순



 장호항 갈매기

 남길순






 모자가 날아갔다

 다가오지 마,

 다가오지 마,

 소리치며 날아갔다 

 코끼리를 품고 머나먼 나라를 꿈꾸던 모자가 

 알고 보니 절벽 끝에 알을 품고 있다

 다리 위에 서서

 눈이 부신 날개들을 바라본다

 허전해 뒷머리를 만지는데 

 카약을 탄 일가족이 고개를 들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거기 있구나 아름다운 항구는 변함없이  

 아기였던 네가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이 온다 

 장호항의 푸른 미역 냄새가 이곳까지 날아오고

 흰 모자 속에는

 물이 마르고 있는 

 아기 새










 남길순 시인

 2012년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 『분홍의 시작』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