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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Vol.15 - 이재무



 소년이었을 때 나는 
 
 이재무




 소년이었을 때 나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하모니카를 불었지 
 이웃 마을 소녀를 그리워하며
 소년이었을 때 나는 밤길을 걸으며 휘파람을 불었지 
 이웃 마을 소녀와의 만남을 꿈꾸며
 소년이었을 때 나는 가끔 하늘을 우러러봤지 
 이웃 마을 소녀의 웃는 소리가 들린 듯해서
 나이 들어 나는 초로의 노인이 되었네 
 그리움도 사랑도 까마득한 옛일이 되어버렸네
 하지만 꽃 피는 봄 초록 무성한 여름 
 홍엽의 가을 눈 내리는 겨울 
 사물들은 수시로 나를 검문한다네
 갓 낳은 새알처럼 
 두근거리는 감정을 벌써 잊었느냐고










 이재무 시인

 1983년 《삶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섣달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벌초』 『몸에 피는 꽃』 『시간의 그물』 『위대한 식사』 『푸른 고집』 『저녁 6시』 『경쾌한 유랑』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슬픔은 어깨로 운다』 『데스밸리에서 죽다』 『즐거운 소란』, 시선집 『얼굴』 『길 위의 식사』 『오래된 농담』, 산문집 『생의 변방에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집착으로부터의 도피』 『쉼표처럼 살고 싶다』, 시평집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