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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Vol.15 - 정진혁



 누가 나를 부른다

  정진혁






 저 멀리서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다
 그가 나를 부르기 전에 내가 나를 수 없이 부르고 있었다

 그저 내 이름을 소리쳐 불렀을 뿐인데 나는 둘로 나뉘었다
 잠시 전에 지나간 내가 나를 부르고 있다

 부르는 나와 불리는 나는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 보면 스스로 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주 먼 거리가 생긴다
 그 거리에 머물러서 
 부르는 자의 저녁과 불리는 자의 저녁이 저물고 있다

 이름들이 새 떼처럼 허공을 난다
 바스락바스락 서로 부딪친다

 부르는 나가 불리는 나를 본다
 불리는 나가 자꾸 부르는 나를 흔든다
 부르는 나가 나를 다 부르면 불리는 내가 되는 것인가

 안과 밖이 혼란스럽다
 한 때의 어둠이 부르는 나를 쓱 가져간다
 불리는 내가 부르는 나를 그냥 지나간다










 정진혁 시인

 2008년 내일을여는작가》로 등단.

 시집 『간잽이』 『자주 먼 것이 내게 올 때가 있다』 『사랑이고 이름이고 저녁인』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