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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Vol.15 - 이선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선이






유리잔에 담긴 얼음의 마음을 생각하는 동안 

지난밤 창문에 돋아나던 빗방울처럼 
간신히 맺혔다 주저앉는 것들이 온다

침공 119일째 
우크라이나 유학생이 기도하는 자세로 얼음의 표정을 엿보고 있다     

날카로운 빙질은 혀를 베어 가고
암흑은 신음조차 가두어 버리는데   

세상의 고통은 
혼자 오고 몰래 오고 쉼 없이 와서

마침내 여름은 
녹는점과 끓는점이 같아지는 계절     

얼음의 문자로 온몸에 물방울 기도를 새기는 
맑은 신념이 투명하게 달아오르고
 
자세히 보면 
죽음의 국경 뚫고 나온 피난민의 눈동자 닮은   

차가운 증언이 불타고 있다
 









이선이 시인

1991년 문학사상》 으로 등단. 

시집 『서서 우는 마음』, 평론집 『생명과 서정』『상상의 열림과 떨림』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