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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호 Vol.14 - 김예강


 초콜릿

 김예강






 모자를 찾는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공원을 산책한다 초콜릿이 있다
 공원은 초콜릿이 풍성하도록  
 음악이 흐른다

 나는 모자를 잊고 
 머리를 묶는다 
 반복되는 나무 아래를 걷는다 
 커다란 모자가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나는 걷는다
 아장아장

 나무와 나무 사이
 공원은 무릎을 꿇어
 반복되는 발들을 씻는다
 산책하는 사람이 
 들어가서 웃는다  
 초콜릿이 자란다

 초콜릿은 텅 빈 집이다
 내부는 가구 하나 없다 생각하는 집이다 
 껍질은 말랑말랑하고 견고하다
 어제가 되고 싶은 행인이 내부가 되었다가
 어제가 되어 나온다

 털이 휘날리는 큰 개, 소년이 개 줄을 쥐고 있다
 소년과 검은 개가 달린다 힘을 다하여 함께 
 뛴다

 초콜릿 속으로 
 폭설 속에 눈사람, 눈사람, 초콜릿.
 모자가 공원에 있다 
 사랑이 아니므로 사랑이 자란다













 김예강 시인

 2005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고양이의 잠』 『오늘의 마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