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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호 Vol.14 - 안효희


 긁힘

 안효희 






 보이는 것입니까 어제는,
 종일 책상에 앉아 세계를 돌아다녔는데

 비가 오지 않는 오늘을 살기 위해
 닦을 때마다 안경은 점점 맑아지는 것입니까 

 아무도 모르는 접시 
 실금이 가고 그렇게 토요일이 가고
 작은 생채기에서 시작된 진흙에 연꽃이 피는데 

 꽃을 말리듯 풍장 되어 가는 내가
 바람을 느낀다고 말 할 수 있습니까 

 길 없음

 오직 한 어둠을 위해 태어난
 칠 벗겨진 팻말이
 어두워졌다고 잠들 수 있습니까 

 비 올 때마다 유리창, 그 마음을 닦으면  
 한 번도 내색한 적 없는 
 
 줄줄
 흘러내리는 얼굴 

 겹겹, 더 불투명해지는 것을 아십니까










 안효희 시인

 1999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 『서른여섯 가지 생각』 『너를 사랑하는 힘』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