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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호 Vol.11 - 홍일표


재구성하는 너 

홍일표



누군가 벚나무를 해석하고 있다
한 잎 한 잎 떼어내어 
공중에 옮겨 적고 있다

허공의 비늘이라고 한다
멀리서 노을을 조문하러 온 꽃의 예법이라고 한다

구름의 화원을 순례한 바람이 나무를 포기하고 떠난다
잠시 공중에 걸어놓은 무지개의 농담이었다고
한없이 가벼운 나무의 요설이었다고

바람이 발밑에 버리고 떠난 파지들
나무가 상주처럼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 

빈방에서 혼자 바닥을 안고 죽은
하나이며 여럿인
내 안의 당신이 펼쳐질 때

허공이 빈 가지 끝에서 누군가의 몸을 받아 안는다

아무도 맹세하지 않았지만 겨울이 왔다





홍일표 시인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매혹의 지도』 『밀서』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중세를 적다』 평설집 『홀림의 풍경들』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