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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호 Vol.11 - 정안덕

 


나비 부인 

 

정안덕

 

 

부채에 바람이 있을까 

있다

그러면 부채는 언어도 있겠다고 너는 말을 건넨다


이모는 왜 결혼하지 않았을까

이모는 단어가 부족한 시를 좋아했다

왼손잡이였기 때문일까


부채는 이모의 손이 낯설다

바람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분다

줄무늬가 있으면 더 시원하다


나비를 꿈꾸는 부채가 있다  

접히는 날개에서 쏟아지는 소리는 죽은 말이다


이모는 남자가 없다

남자를 꿈꾼 적도 없는 이모는 일본 그림에서 튀어 나왔는지

왼손으로 부채를 부치며 나비를 부른다

 

부채처럼 팔랑이는 꽃이 있다 부채는 꽃이고 싶어 했다 

이모는 어제도 내일도 

‘어떤 갠 날’에서 나비를 부른다

 

 

 

 

 

 

정안덕 시인

2014년 한국인문학 수필 등단. 2018년 창작21 시 등단.

수필집 『하늘의 별을 따라고 하세요』, 시집 연두공을 치는 여자 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