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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호 Vol.10 - 배수연

 

 

 

거위와 모과

 

배수연

 

 


아침에 일어났더니 곁에 모과가 있었고

나는 침을 흘리고 있었어


거위는 모과를 좋아해

거위가 모과를 가져다 놓았어


향이 끝내주지?

이제 일하러 갈게


지난번 집에서 거위는

청소기를 밀다 사과 한 알을 깨뜨렸어

대리석으로 만든 광이 나는 사과

알콜로 문지르면 붉은 염료가 묻어났어


화분을 깬 적도 있어

나는 그 화분을 그릴 수도 있어

거위가 조각을 가져와 설명해줬으니까

잿빛 알 모양에 뿌리기 기법의 페인팅이 되어있는


들리지, 너도 들리지?

거위는 이따금 책가방을 맨 사람에게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를 들어


거위는 향수 코너를 좋아하지만

항상 모과만 가져오지

황금만큼 무겁고 

태양처럼 빛이 나는


퉤퉤 침을 뱉다 엎드린 채 잠을 깰 때가 있어


옆에 모과가 있으면

무척 부끄러웠어

 

 

 

 


배수연 시인

2013년 《시인수첩》으로 등단.

시집 『조이와의 키스』 『가장 나다운 거짓말』 『쥐와 굴』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