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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호 Vol.10 - 손 미

 

 

 

오솔길


 

손 미

 

 


내가 하나의 길을 따라가다가

내가 하나의 길만 따라가다가

문득 


길이 내 냄새를 맡고 

내 앞에서 망설일 때


너의 몸 

열이 번져가는 길을 따라

내가 손을 올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을 따라


몹시 좋아해서 그랬어요

너의 몸 

열이 번지는 곳을 따라

내가 손톱으로 긁어 내려갈 때


인간은 왜 이토록 긴가


촛불을 살해할 때 

입을 틀어막는 손바닥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내가 따라가던 하나의 길이 

입을 닫고 침묵할 때

지금까지 나는 너만 따라왔어

길이 내 냄새를 맡고 망설일 때


우리가 이렇게 길 줄 몰랐어요


내가 따라온 하나의 길이

점점 좁아지고

따라오지도 않고 

따라가지도 않고

멀찍이 서서 침묵할 때


 

 

 

 


손 미 시인

200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양파 공동체』,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산문집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가 있음.

제3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