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호 Vol.10 - 송승환

  북의 국경 Ⅱ

  송승환

  1

  네 손가락에 흰 얼룩의 밤이 남아 있다 

  2

  너는 종이 직물의 밤을 지어왔다 공기 한 올의 씨실과 날실이 교차한다 천천히 나타나는 백지의 정육면체

  나일에서 인더스까지 황허에서 잉카까지 고대에서 현재까지 이름 없이 얼굴 없이 흰 빛의 잉크로 씌어지는 지상의 모든 아버지 어머니

  너는 죽은 자들 사이 명주실의 흰 빛 속

  있다 

  너는 

  끝없이 늘어나는 실의 두께로 

  3

  너는 날실 사이로 

  북을

 

송승환 시인

2003년 《문학동네》 로 시, 2005년 《현대문학》 으로 평론 당선. 

시집 『드라이아이스』 『클로로포름』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

비평집 『측위의 감각』 『전체의 바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