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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호 Vol.10 - 정선율



  파란색은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39

 

  정선율

 

 

 

  노인이 된다는 건 여러 마리의 새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일이야. 

  아픔도 기쁨도 없이 날아와, 같은 자리에 앉는 거야. 

  언젠가 자신이 떼어내고 온 새의 표정으로.

 



  새가 삶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소년은 노인이 되어, 자신이 지나온 곳에 앉아 있어. 

  더 걸어갈 수 있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 


  여백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것임을 안 거지. 


  슬픔과 기쁨이 붙어 있을 때, 바람이 불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본 거야. 

  단지 새가 들어왔다는 이유로 




  하늘이 너무 파래서 

  서로를 붙잡기에 조금 늦었을 때 

  바다는 선명해진다. 


  새가 아는 슬픔을 노인은 알고 있어서


  바다야 사라져라. 바다야 사라져라. 





  끝까지 안아서 언젠가 자신이 떼어내고 온 새의 표정으로. 

  자신을 남겨두다 자신만 지워내다, 지나온 걸음을 세면서.

 

  흐르는 물은 빈 곳을 채우고 그다음으로 나아간다.*




  삶이 물들인 깃털이 계속해서 삶이 될 수 있도록. 


  더 안을 수 있도록. 


 

 

   *  맹자 진심장구상(盡心章句上) 중.


  ※   위  곡 〈가을의 기도〉는 아래를 클릭하시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soundcloud.com/moonriveryul/a_prayer_in_autumn_2203

 



 

 

 

 
 

정선율 시인

2014년《현대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