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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사
강신애
아이가 땅에 떨어진 새를 주워
쓰다듬고 호 입김을 불자
푸드득,
깃을 털고 날아올랐다
“얘가 만지니까 새가 살아났어요”
병든 사람들이 천사의 집 앞에 줄을 섰다
만져주고 입김을 불어주면
고통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
자라나
웅크린 사람들을 빛으로 엮은 별자리에 태우고
은하계를 노 저어 다녔다
천동설을 수놓은 점성술사의 망토는
한 폭 눈가리개일 뿐
목성이 도래하니 불안이 누그러져요
전갈자리 당신,
회복의 연두색이 보여요
땅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하늘에 새겨져 있어요
하늘의 변화가 땅에서 일어나는 지도
사수, 염소, 천칭, 카시오페아……
성계(星界)에 박힌 아름다운 에녹문자들
밤하늘 물병자리 물 따르는 소리에
귀밑이 축축하다
지구도 영혼이 있다는 것을
옛 바빌로니아인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몇 억 광년 건너온 별빛이 운명을 간섭하는 것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오등성도 눈을 깜빡이고 있다
에테르가 만져주고
입김을 불어넣으니
강신애 시인
19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불타는 기린』『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