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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호 Vol.09 - 김준연



토마토

 

김준연

 

 


  어두운 곳이 입구다
  토마토가 익어가는 곳이 출구다

 

  색깔은 무게의 영역이어서 발자국을 젖혔을 때 어지러움은 다시 내 것이다 출구를 찾지 못한 잎들은 새로운 열매를 고민한다

 

  보이지 않는 끝은 쉬울 것이다 처음의 귀와 나란히 서서 아직 접지 않은 오랜 통증일 것이다 가라앉지 않은 것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아침을 깨우며 눈은 어두워지고 소리는 단단한 것을 향해 돌진한다
 
  길게 밀어 나아가는 것이 있다 같은 자세로 엎어진 억양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주머니 속 주머니를 발견한 적이 있다 허공이 허공을 짚고 어둠의 눈빛이 자신을 지명할 때 고민과 고민은 서로를 깊어지는 것이다

 

  어두운 잎들이 가지를 삼킨다 가까이에서
  오래된 신음이 새들을 쫒는다 가까이에서

 

  밖은 또 다른 색깔의 영역이다

 

  더 가려면
  토마토를 밟아야 한다  

 

 

 

 


김준연 시인

1996년《시와 반시》로 등단.

시집 『고양이를 입어야 한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