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Vol.08 - 김보람

이별 혹은 잠시

김보람

폭설입니다, 불통입니다, 하양 다음 하양입니다 눈은 하얀 글씨로 하얀 것을 씁니다
한없는
저주와 축복의
동시적 순간입니다

증오입니다, 형벌입니다, 거울 안에 있습니다 겹눈에 둘러싸여 나아갈 수 없을 때
우리가
목도한 것은
휴지의 자세에 가깝습니다

눈에서 태어난 것이 눈에서 죽습니다 끝의 어법으로 등 돌린 채 잠이 듭니다
밀리는
맹세가 있으므로
밀어내는 맹세도 있습니다

 
 
김보람 시인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모든 날의 이튿날』『괜히 그린 얼굴』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