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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호 Vol.07 - 신표균



  

절약

 

신표균

 


늦게 늙는다는 것은
살아 남은 자의 슬픔*을 쓰는 것

운 좋게 친구들보다
젊게 보이고 오래 살면서
나이 거꾸로 먹느냐
세월 거슬러 사느냐
칭찬인지 시샘인지 입술 대접인 양 귓전에 흘리면서

나이 세지 않기
나이 입에 담지 않기
요란 떨지 않으며 꾸준히 걷고 뒷꿈치 세우기 하루 천이백 번
나름 늦게 늙기 흉내를 내는데

유난히 상대방 나이가 궁금한
장유유서로 줄 세우는
나이 문화의 민족성이 던지는 공통된 함정
무슨 띠냐는 생뚱맞은 질문에

여성과, 남자 시니어
나이 묻는 건 결례라고 제법 우문현답을 하면
서로 웃지요
평균수명 연장된 만큼 나이를 덜어 내주는 보상 나누며

노화촉진제 누구라서 먹고 싶겠어
나이 노력해서 열심히 먹을 것 없잖아
절약이 더는 미덕이 아니라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나이 절약해서 나쁠게 있어
절약은 게으름이 아니야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제목

 

 

 

 

 신표균 시인

《心象》으로 등단, 
시집 『어레미로 본 세상』『가장 긴 말』『일곱 번씩 일곱 번의 오늘』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