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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살고 있다는 골짜기 어딘가를
김명인
네가 살고 있다는 골짜기 어딘가를
설경 한 장에 담아 보냈으나
눈빛으로 더듬기에 이 풍경은
턱없이 아득한 네 마음의 표정이었다
그 마음 언제부터 내 절벽을 파고 들었는지 모르지만
오늘은 우듬지에서 바닥으로 드문드문
갈잎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수직의 허기로도 흩날린다
잎들이 팔랑거리는 것은 날개가 사무치는 탓
겨울로 다가서는 나목들의 산야여,
거친 살여울 봄가을로 건넜으나
네 골짜기가 어딘지 모르는 것처럼
아직도 나는 물소리의 지척에서 떠도는지
하루를 넘어서려고 해거름이
서둘러 골짜기를 파묻고 능선을 끌어 올린다
김명인 시인
1973년 《중앙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동두천』 『길의 침묵』 『파문』 『이 가지에서 저 그늘로』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목월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