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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아라크네*
이영춘
걸어온 날들이 베개 속에서 사막처럼 바스락거린다
엄마 얼굴은 왜 내가 세수할 때마다 떠올라 나를 아프게 할까
봉평 깡촌에서 대화할 사람도 없이 홀로 살다 가신 어머니,
그 엄마의 얼굴이 밤마다 거울을 막아 선다
창밖엔 지금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굵어졌다를 반복한다
빗줄기속에서도 새는 우는가 보다 어디선가 목 쉰 새 울음소리
창틀을 넘어 온다 엄마의 분신인가? 그 울음소리 슬프게 건너온다
한 그림자가 또 한 그림자를 밀고 오듯
새 울음소리 아스라이 내 거울 속에서 귀를 연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거미의 신
이영춘 시인
197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시시포스의 돌』 『시간의 옆구리』 『봉평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따뜻한 편지』 『오늘은 같은 길을 세번 건넜다』 『오줌발, 별꽃무늬』 번역시집 『해, 저 붉은 얼굴』 등이 있음.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유심작품상특별상, 난설헌시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김삿갓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