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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호 Vol.37-김은상



 
 수전증

 김은상





 필시, 내 몸속 어딘가에 자연이 깃든 것이다

폭우와 폭설로 진창인 북회귀선을 낳은 것이다

바람 한 점 없는 봄날에도 흔들리는 손,

샛바람과 마파람과 하늬바람과 삭풍이

제멋대로 손금을 침습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삶의 악천후는 지나갔다고

한껏 멋을 내고 당신을 만났지만

언제나 손들의 일기는 나보다 더 솔직해서

아무렇게나 술잔 속에서 흔들리다가

쏟아져버린 극지를 감출 수 없었니,  

아! 재봉틀 위에 제 손바닥을 펼쳐놓고

가위를 쥔 어린 형의 손도 별자리였구나

고양이를 만나면 고양이를 돕고

새를 만나면 새를 돕던 이율배반의 등고선이

연야달다가 두고 간 나의 머리였구나

한 획 한 획이 똑바로 그어지지 않는 사랑,

어릴 적 바람개비로 뛰어가는 무덤 위에서

내가 도운 고양이가 내가 도운 새를 사냥한다.









  

 김은상 시인
 2009년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유다복음』, 소설 『빨강 모자를 쓴 아이들』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