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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호 Vol.37-김종경



 
 이별 연습

 김종경 





 새벽에 일어나 이 옷 저 옷 입어보고, 휑한 머리숱과 귀밑 흰머리를 매만지며 주름진 시간까지 꾹꾹 다려 곱게 화장하는 여자.

 오늘은 문화센터 인생 교실 종강 수업, 영정사진을 찍는 날이다. 주인공이 되어 세상 사람들과 마주 볼 마지막 얼굴이기에 활짝 웃다, 살짝 미소 짓다, 끝내 입을 다문다. 사진 한 장에 세월의 눈물과 웃음을 모두 담아내려니 시원섭섭하다가도 우울해지고, 영정사진 속 마지막 눈빛은 생명 연장 치료를 거부하겠다는 의향서 앞에서 멈칫, 도장을 찍는다. 이별 연습이라며 입관 체험을 위해 관속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어두운 관속에 눕자 진짜 죽음이 떠올라 울컥, 눈물이 흘렀는데, 먼저 떠난 영감보다 그 옛날 첫사랑과 집에 두고 온 강아지 생각에 두 눈이 번쩍 떠졌단다.











  

 김종경 시인
 2008년 불교문예》로 등단.
 시집『기우뚱, 날다』『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
 포토에세이 『독수리의 꿈』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