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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호 Vol.36 - 윤여진



 
 봉숭아


 윤여진





 나는 짓이겨지기 위해
 더 붉어지는 중이야

 당황할수록 불그스름해지는 내 두 뺨,
 곧 익을 것 같지

 흙을 헤집던 손가락으로
 솔솔 자란 내 뿌리를 찾아본대도

 나는 더 이상 응달 속 슬픔을 파내어
 아름다움이라 부르지 않아
 그늘 속으로 잠기는 그의 얼굴을
 바람이 채어가지 않도록
 돌멩이로 덮어두는 짓도 그만뒀지

 살아 있어 내가 보는 것들
 글썽거리는 어린 물방울을 외면할 순 없지만
 급작스레 번지는 꽃물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단다
                                                                   
 그래도 사랑을 말할 때면 얼굴이 붉어지지만

 나를 기다리니?
 볕은 뜨거우니 그늘받이로 오렴
 우린 곧 만나게 될 거야










 윤여진 시인
 2018년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