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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호 Vol.36 - 길상호



 
4월 14일

 길상호





 오늘은 일요일이다

 누군가는 서울서 온 손님을 맞고

 누군가는 절에 가서 백팔 배를 하고

 누군가는 기도를 묵주를 돌릴 것이다

 믿음도 동전처럼 차곡차곡 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날씨도 좋고
 산책을 할까 빵집에 갈까 커피를 한 잔 할까

 누군가는 우리 인연이라고

 누군가는 우리 인연이 아니었다고

 고백을 전할 것이다

 다 떨어진 벚나무 아래
 이 꽃이 다 피었을 때는 무척 예뻤겠다

 후회를 따먹는 새가 있다 

 누군가는 의자에 앉아 사람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병실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주사기를 들고 복도를 왔다갔다

 오늘은 다른 꽃이 피었다

 진 꽃을 대신한 게 아니다









  

 길상호 시인
 2001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오동나무 안에 잠들다』『모르는 척』『눈의 심장을 받았네』『우리의 죄는 야옹』, 
 사진에세이『한 사람을 건너왔다』『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