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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호 Vol.36 - 홍성남



 
밤은 때로 둥근 새장이에요

 홍성남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식물이 자라는 화분. 물을 주면 살아있음과 죽음에 대하여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지도 모르면서 물을 주는 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가 죽은 나무였다가 겨우 살아있는 나무였다가 울면서 깨어나는 화분이었다가 다시 이름을 잊은 사람이 되어 흩어지곤 한다. 어둠은 숨겨진 그림자들로 가득하고 안과 밖이 서로를 숨긴 채 평온하다. 거룩하기도 하여라 이런 평온은. 검은 건반만 있는 피아노 위를 걸어가는 사람처럼 나는 같은 자리를 돌아간다. 아무것도 없어서 고요 너무 많아서 고요 고요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나를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거죠. 달아나고 흩어지고 뭉쳐서 굴러가는, 없는 내가 숨을 쉬는 건 또 어디로 자라는 일일까. 때로는 없는 것이 있는 것 같고 있는 것이 없는 것이어서 나는 없는 나에게 기대곤 한다. 밤은 물렁한 기계, 촘촘한 실이 굵은 실이 되어 커튼이 되는 평온과 절망 같은 것이라고, 들리지 않는 밤의 노래를 듣는다. 어디 고장에선 밤이 추락하고, 어느 고장에선 밤이 생겨나고 나는 달리고 달려 제자리에 닿고 있다.










  

 홍성남 시인
 2021년문예바다》,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캄캄한 바다를 자꾸 구두라고 불렀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