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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호 Vol.03 - 이병교

 



  

  경계에는 꽃이 피는가.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경계란 있는가? 적어도 경계에 꽃이 핀다면, 경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경계란 없다. 경계란 양 극단을 설정했을 때,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선線 혹은 시공간時空間을 뜻한다. 이런 경계는 공간이나 시간과 같이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사람의 마음이란 늘 움직인다. 어느 순간에도 멈춰있는 때가 없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란 사람의 마음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은 하루에도 수 만 번 바뀐다. 사람의 마음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만큼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쪽 극단에서 저쪽 극단으로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그런데도 경계가 있을 수 있겠는가. 만일 경계에 꽃이 핀다면, 그 경계를 설정해서 중간中間, 중심中心, 중도中道, 중中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는 데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도儒道,도학道學,선문禪門에서는 끊임없이 중도中道, 중中을 말한다. 사람의 마음이 끊임없이 움직이면, 어디서나 다툼이 일어나 평화는 없다. 평화는 평등의 마음에서 온다.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경계의 세계를 설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경계는 나의 마음을 부정하고 부정하여 더 이상 부정할 자리가 없는 세계다. 나라고 하는 생각, 내가 있다고 하는 생각은 집착에서 온다. 그 집착, 극단을 끝까지 부정하여 나타난 자리에 경계가 있을 수 없다. 그것이 색즉시공 色即是空 공즉시색空即是色이다. 현상은 텅 빈자리 전체를 지향한다. 

텅 빈 본질, 혹은 전체를 지향하는 자리에 관념적인 경계가 있다. 그 경계가 중도中道, 중中이다. 다른 말로 하면 나의 밖에서 나를 찾고, 타

인에게서 나를 찾는, 모두를 아우르는 데에 중中이 있다. 하지만 중中을 집착하면 중中은 보이지 않는다.

 

  시인이여

  경계도 하나의 집착이다.

  가만히 비오는

  허공을 바라보라.

  빗방울 속

  거기, 거기에

  핀 한 송이 우주꽃을

 

 

 

  2021. 09.

  이병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