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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호 Vol.07 - 이홍섭



  

신사임당과 요구르트 아줌마

 

이홍섭

 


   국민학교 4학년 봄이었던가. 경포대 신사임당 동상 앞에서 열린 미술대회에 나갔다가 태어나 처음으로 요구르트를 맛보았다. 신사임당이 근엄하게 내려다보는 작은 공원에서 살색 옷과 살색 모자를 쓴 아주머니가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생전 처음 보는 음료를 나누어 주었는데 그 색깔 또한 살색이어서 그 맛 또한 살색 같았다. 어머니는 멀리 계셨고, 잔소리 많으신 할머니가 계신 집으로는 일찍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요구르트 아주머니가 분주히 오가던 그 살색의 작은 공원에 오래 머물고 싶었다. 그날 이후 신사임당 동상을 보거나, 신사임당 초상화를 볼 때면 무엄하게도 그날의 요구르트 아줌마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홍섭 시인

1990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 『숨결』 『가도가도 서쪽인 당신』 『터미널』 『검은 돌을 삼키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