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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매인 배는 끄르륵거리고
전기철
개 같은 날들을 끝낸 무지개를 바라보는데ㅡ찢어지는 소리, 나무들이 떠나고 있는 건가ㅡ벌나무, 백당나무, 금어초, 당단풍, 굴피가 헐떡이며 내는 남세스러운 부사어들, 막, 쉬, 하다가 느닷없이, 웅, 우-웅, 그렇게, 웅숭깊이, 배에서 가슴에서 목에서 우는ㅡ머릿속을 울리는 강이 보스락거려ㅡ아닌 척 모르는 척 도저한 눈빛으로 떠 있는 무지개, 저 꿈쩍 않는 무언의 소리들ㅡ새들은 숨고 돌들은 모두 바다로 가고, 누군가 힘겹게 아이를 낳고 있는 거야ㅡ인생이 꼬이면 점만 늘어나, 냉장고를 울려봐, 파리가 윙윙거리네, 누가 내 욕을 하나봐ㅡ창밖에서 토하는 저 소리, 유리 맛이 나는 액체를 마시는ㅡ변기통에서는 유골이 헛소리를 뱉어내고, 아 아 저기야 저기 어둠 속을 헤집는 에-어-쏴-어-에-쏴-쏴, 기괴하게 일그러진 목소리가 저음으로 풍경을 훑고 간다ㅡ너무 일찍 죽은 사내의 목은 길다, 돌-돌-돌-굽-굽-아-우-쏴-윙, 무람없는 소리들이 색깔을 찾는다ㅡ끈적끈적한 모퉁이에 뿌리 내린 나무들, 강을 따라 산을 오른다
파리가 피아노를 바느질하는 창 안이 헐떡인다. 오늘은 어제의 바깥이다.
전기철 시인
1988년 《심상》으로등단.
시집 『나비의 침묵』 『풍경의 위독』『아인슈타인의 달팽이』『로깡땡의 일기』『누이의 방』등이 있음.
2015년 현대불교문학상, 2019년 이상 시문학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