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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호 Vol.06 - 이룬




  

기술자의 엔딩크레딧

 

이 룬

 


 1.
밤을 해체하는 기술자, 아티스트가 아닐까 굴절률은 제로
인사 대신 웃음이 타일로 붙여지는 밤은 방
모반의 침묵을 지키는 애드벌룬 내부는 ……

동쪽과 서쪽 사이에 창과 사해, 꿈과 배가 일렁이고
해일과 폭풍이 잠복하고 기계 울음이 모여 밤을 잇는 미래세未來世

문이 열린다, 복도가 달린다, 홈런이다
달이 컹컹 짖는다 …… 부푼다

2.
우울한 기상은 예술의 조건
악천후의 토양을 파종하며 해체학을 익히는 밤이 용광로에서 녹는다
무한소의 개념이 굴뚝으로 환기된다

지배자가 정령인 폭군 같은 예술

3.
벨트는 기술자를 풀어 던진다, 벨트는 비단구렁이의 공복
공복은……
어느 우체통의 엽서에 적힌 사막의 주소를 삼킨다
스핑크스만한 배를 채운다

해체할 여백의 마모도는 제로 혹은 점멸, 달력이 빨간 구두를 신고 달린다
박제가 된 가방이 함께 뛰는 방, 출구를 찾는다
경첩의 틈에서 호흡을 몰아쉬는 스프링 …… 폭발한다

불이 붙는다 눈썹이 타들어 가고 선인장이 돋는다
모래시계의 주머니에서 기술자가 쏟아진다
셔츠 몇 장의 주름이 모인 비가 내린다

4.
공중 미행하는 낙뢰는 죄의 효용
밤이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누가 벌할 수 있을까

 

 

 

 

이룬 시인

2019년  《시작》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