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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서 멀어지는 법
천수호
돌과 돌 사이에서
어릴 때 찧고 놀던 쑥물이 나온다
자세히 보니 내 이마를 찧던 핏물이다
그날의 돌에 귀 기울이면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내 목소리는 없다
그래 추억은 추억으로 봐주자
돌은 늘 흐물흐물하니까
내 얘긴 더욱 단단해졌다
가까이에서 돌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또 한 방울의 핏물을 튀기며 돌의 색깔은 점점 더 탁해진다
내가 가질 돌의 일부를 네가 가졌구나
그래서 피는 내게서 난다
아직도 돌을 가지고 노는 아이는 있고
나는 돌을 잊기 위해 돌을 주워 모은다
돌의 무늬는 단순해서
더 이상 피의 공연은 기억하지 않는다
오토바이의 굉음이 스쳐도
돌은 이내 조용해진다
내가 가진 가장 큰 땅은 돌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돌을 만지기 힘들어졌다
제 이마를 찧지 않으려고 멀리 날아갔다
물기보다 돌이 많던 나는
돌을 쌓고 눈물을 쌓으며
강가로 왔다 강가는 돌로 짓이겨지고
기억은 돌이 많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천수호 시인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아주 붉은 현기증』 『우울은 허밍』,『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가 있음.
매계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