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시
  • 신작시
  • HOME > 신작시 > 신작시

2024년 4월호 Vol.34 - 조명희




 알았어

 조명희






 손을 뻗는다 
 정수기는 가까운 곳에 있다  

 할 말 있어!?

 그가 뒤를 닫는다
 필터를 언제 갈아 끼웠더라, 급수 버튼을 누른다 

 한 번으로는 뱉어내지 못해 공글린 말들이 입안에 우글우글 

 저쪽에선 
 변기 뚜껑 닫는 소리 물 내리는 소리 다시 한번 레버 돌리는 소리 
 문이 열리고

 뭐라고? 
 알아서 할게

 다시 닫는다
 닫혔는지 재차 확인하는 손 

 한 번 더 버튼을 누른다 
 정조준하지 못한 컵 가로 물이 넘친다 닫힌 문은 열리지 않고

 가만, 
 정수기를 언제 들였더라?
 문득 약정 만료일이 떠오르고










  

 조명희 시인
 2012년시사사로 등단
시집 『껌 좀 씹을까』『언니, 우리 통영 가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