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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호 Vol.40 - 박홍



 
 백일홍

 박 홍





 하산 길에 보았다

 

 외진 산비탈

 송판때기로 덧댄 판잣집 앞뜰에

 오래된 꽃잎들이 거뭇거뭇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백일도 더 되는 시간의 흔적이다

 썩은 이빨처럼

 검은 자국을 남기고 떨어져 나간 꽃잎들이

 몇 개 남은 노란 갈고리 꽃술들이

 악착같은 맹목의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서서

 소용돌이치면서 사라지는 세월을 본다

 

 사람이 떠나고 없는 집에

 철 지난 허수아비처럼

 

 처음의 기억을 붙들고 있는 것인가

 

 수천 년 거슬러 오른

 기억들이

 머뭇거리다

 떠난다











  

 박 홍 시인
 2010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나의 옥상와이너리』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