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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진 산비탈
송판때기로 덧댄 판잣집 앞뜰에
오래된 꽃잎들이 거뭇거뭇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백일도 더 되는 시간의 흔적이다
썩은 이빨처럼
검은 자국을 남기고 떨어져 나간 꽃잎들이
몇 개 남은 노란 갈고리 꽃술들이
악착같은 맹목의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서서
소용돌이치면서 사라지는 세월을 본다
사람이 떠나고 없는 집에
철 지난 허수아비처럼
처음의 기억을 붙들고 있는 것인가
수천 년 거슬러 오른
기억들이
머뭇거리다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