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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호 Vol.40 - 지연



 
 숲

 지 연





 심장에 아이가 있어 나는 아이의 숲이 되려 해 아이는 내 가슴에 머리를 박고 있어 초침이 뒤로 갈듯 앞으로 가는 것처럼 괘종 소리를 내 그게 아이의 유일한 언어야 심장에 목숨이 산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지 어떻게 아이는 심장으로 내려가 굴을 팠을까 심장이 혼자 운다 끊임없이 머리를 박는 아이와 옛집을 돌았어 벽과 지붕 사이에 죽은 아버지가 노끈으로 묶은 싸리비를 보았어 돌아섰지 가만히 뒤돌아서는데 싸리비가 따라오며 마음을 쓸어 알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이가 태어난 걸 무언가를 잃어버릴 때마다 아이가 태어난 걸 나도 떠나면 누군가의 심장에 옛날 아이로 남겠네 나는 나무 없는 숲이 되려 해 물까치가 빛을 발하는 숲 겁 많은 고라니가 내디딘 앞발 자리에 내 귀를 낮게 내리는 숲 나는 봐 내가 내리치는 수많은 괘종소리










  

 지연 시인
 2013년《시산맥》으로 등단. 2016년무등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건너와 빈칸으로』『내일은 어떻게 생겼을까』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