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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호 Vol.40 - 복효근



 
 오탁번 생각

 복효근





 7월 3일 카카오톡에 생일이 오늘인 친구가 뜬다 그 가운데 오탁번 시인이 오늘 생일이다 가신 지 얼마인데 아직 유족이 계정을 삭제하지 않았나 보다 내가 지난달에 생일이 있었는데 그러고 보면 내가 한 달 더 형이었구나 그런데도 카카오톡은 친구란다 그래 때로 내 동생뻘쯤 되는 듯 철없는 우스갯소리를 잘했었지 때로 친구처럼 전화를 해서 삼십 분도 넘게 너스레를 떨었지 시는 말이야 복 시인처럼 유머도 있어야 하고 어려워서는 안 돼 잘하고 있어 괜찮아 하시던 당신, 주민 여러분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주민 여러분!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이 좆 같은 세상 버리고 당신은 정작 어느덧 서쪽 나라로 가버렸는데 오늘 카톡이 생일이라고 알려 준다 그렇구나 가신 게 아니라 오셨구나 오늘 생일로 뜨는 걸 보면 다시 오신 거로구나 내가 형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이제 내 자식뻘로 오셨구나 탁번아, 한번 불러보고 싶다


*오탁번 「폭설」










  

 복효근 시인
 1991년《시와 시학》로 등단.
 시집『예를 들어 무당거미』『중심의 위치』, 디카시집『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