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시
  • 신작시
  • HOME > 신작시 > 신작시

2024년 9월호 Vol.39-김보나



 
 내겐 하나의 여름도 없었다

 김보나





 백련과 홍련이 만발했다는 정원을
 구경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인적이 드물어서
 지도를 펼쳤습니다 안내를 따라가자
 굴다리가 나오는군요

 볕 한 줄기 자라나지 않은
 어둡고 침침한 굴 앞에
 서성이며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번 생에서 아직
 반딧불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토록 어둑한 곳에 들어설
 각오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빛이 귀해지는 굴길을 지나자
 백련 한 송이,
 물에 비친 그림자 한 송이
 이내 눈앞에 지극하게 피어나던 아라홍련들

 연꽃은 진흙탕에서 피어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흙탕물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까

 연꽃이 피는 계절은 여름
 당신은 지금 몇 개의 여름을 간직하고 있습니까










  

 김보나 시인
 2022년《문화일보》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