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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호 Vol.39-노승은



 
 여름 투병

 노승은





 여름을 일주일 내내 듣는다

 언젠가 들을 수 있는 귀가 생길 거야

 CT실은 지하에 있었다
 작은 소용돌이에 누우면
 절대로 움직이지 마세요
 뜨거워집니다
 아랫도리가 캄캄하게 붉어졌다

 23일째 두통은 열대야를 만들고

 아직도 쫓기는 꿈
 기차를 타야 하는데
 늦겠다고, 미안하다고 전화해야 하는데

 타이머가 고장 난 선풍기는 잠을 헤집고
 째깍째깍

 깊은 잠은 6분을 넘기지 못한다
 조영제는 어디쯤에서부터 번지고 있는지

 감은 눈과 생각 사이에 있는 흑백의 길

 그림자가 없는데
 나는 왜 자꾸 넘어지는 걸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진료실 앞에 앉아 호명을 기다린다
 수납이 먼저인지
 진료가 먼저인지
 여름이 먼저인지










  

 노승은 시인
 2005년《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나는 구부정한 숫자예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