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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호 Vol.39-김옥경



 
 버블비닐

 김옥경





 영희는 영희를 낳고 영희는 영희를 죽이고
 영희가 영희를 죽이고 영희가 영희를 낳고

 영희가 태어나는 순간
 지상의 모든 창문은 닫혔다

 달려!

 영희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영희도 달리기 시작합니다

 영희가 학교 운동장에서 사라지면
 영희가 학교 운동장에 나타나지요

 영희가 달려간 자리마다 샐비어꽃들 피어납니다
 영희가 달리는 자리마다 샐비어꽃들 짓밟힙니다

 영희는 영희를 피하기 위해 달립니다
 그물 때문이지요

 영희는 영희를 만나기 위해 달립니다
 지우개 때문입니다

 지우개 속에는 그물
 그물 속에는 무덤
 무덤 속에는 영희가 있네요
 아기 영희가 눈뜨고 자네요

 무덤에서 사라진 영희가 잠 없는 꿈속을 달립니다
 무덤으로 사라진 영희가 꿈 없는 잠 속을 달립니다










  

 김옥경 시인
 2015년《현대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