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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종이비행기
이병국
*
날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건 나아가고 싶다는 말과 같았다
뒤미처 닿지 못했다
*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소독차가 달린다
희부연한 얼굴로 흩어지는 색을 매단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를 한다
왼손 오른손 왼손 오른손
번갈아 내던 한 아이가 엎드리면
까맣게 지워진 달콤한 낮잠 위로
형편없는 환호가 포개지고
아이는 빗금에 젖어
아무것도 없는 웃음을 짓는다
*
나는 창 안쪽에서 소매를 동여매고
눈을 감는다
어수선한 바깥이
잘못이었다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곤경과 우두커니의 다정처럼
풍경은 언제나 안전한 자리에만 머문다
*
날아가지 않는다
이병국 시인
2013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시,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평론 등단.
시집 『이곳의 안녕』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