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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태어
차주일
이성의 앞모습을 뒤돌아서도록 부를 때
최초의 언어가 생겨났어.
기호로 적을 수 없는 알몸 소리였지만
느낌을 골몰하는 입모양이 태어났어.
고막과 망막을 오가는 미동은 온몸을 밝히는 전류였어.
쌓이는 체온을 잃지 않기 위해
상상은 불면 밖까지 퍼져나가야 했어.
밤이 더 길어지는 동지가 생겨났어.
어두운 내용을 가진 밝은 자세를
어떻게 알아들었을까.
자신도 몰래 발걸음을 멈춘
짐승의 자세가 최초의 대답으로 해석되어
첫 사람이 태어났어.
체온을 해석하느라 여러 색깔이 생겨났어.
빨강이 먼 곳으로부터 온 자세란 것을
내가 어떻게 알아차렸을까.
빨강을 모으기 시작했어.
짐승의 자세를 빌려야만 건네줄 수 있는
체온이 있었어.
뒷모습에서도 드러나는 압필(壓筆)이었어.
차주일 시인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냄새의 소유권』 『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 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