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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소광리
박승민
금강경을 직립목판으로 새겨놓은 이 소나무 숲은 들고나는 곳에 구별이 없어 사방이 門이기도, 잠긴 門이기도 하다.
꼭대기에서부터 직선의 결 따라 일방으로 내려친, 一자 붉은 劃이 닿기도 전에 바닥은 바닥판본 전부를 싹 뒤엎고, 새로 쓴다, 순간순간 더 푸른 복각본이다. 금강이 금강을 치는 연쇄타법이 空을 흔들며 숲 경내를 더 먼 동해 해안선 쪽으로 민다.
덜 마른 호흡 근처로 갈수록 금강 바늘들 十方으로 날카롭게 헐떡거리고, 꽉 문 윗니와 아랫니를 통째로 비틀면서 刻한, 거북등에서 터져 나온 생 비린내 높이 떠 헐떡거린다.
몸 따라온 금강경 몇 구절 여름 한철
쟁쟁
쟁쟁
박승민 시인
2007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지붕의 등뼈』『슬픔을 말리다』『끝은 끝으로 이어진』이 있음.
박영근작품상, 가톨릭문학상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