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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호 Vol.38-려원



 
 전족탈피


 려 원





 버리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전족하듯 몸뚱이 조여
 안 되는 몸매를 억지로 다그치던 것들

 20대에 자신감 있게 벗어던진
 섹시 발랄한 
 그 체형에 맞춰 몸도 마음도 전족했던 것일까

 얼마나 진한 고통으로
 나이를 감추려 했던 것일까

 나비 무늬 원피스는 날아오르지 못해
 나비 날개를 지운다

 봄도 탈피해야 여름이 되고 가을 그리고 겨울로
 옷들도 듬성듬성 틈이 나고 연륜이 쌓이면
 나이테가 생길까

 주섬주섬 주워 입던
 갖가지 옷가지를 미련 없이 버리고

 지금은 온몸 가볍게
 전족을 풀 시간 










  

 려원 시인
 2015년 《시와표현》으로 등단.
 시집 『꽃들이 꺼지는 순간』『그 해 내 몸은 바람꽃을 피웠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