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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호 Vol.38-전장석



 
 내 그리움은 이기적 유전자

 전장석





 내 그리움은 이기적 유전자

 염색체도 세포도 없는 
 떠도는 자들에게 훔쳐 온 것

 나는 누군가가 다가오면 칼을 쥔 자
 자해를 거듭하며 돌연변이를 잉태한다

 붉은 우체통과 푸른 등대를 지나 
 정시에 올라탄 열차의 높고 낮은 풍경을 지나
 다다른 서재의 밀주창고, 반투명의 성운
 반쪽의 인문학, 두 동강 난 책장을 보라

 그리하여 내 그리움은
 찰나를 왕복하는 소행성
 세상 밖 무수한 별 중의 하나
 우주에 텃밭이 있다면 어느 지상주의자의 끝나지 않은 노래

 저물녘 더 깊숙한 곳에 둥지를 튼 새들은 알까

 뼈와 뼈 사이 죽음과 고통 사이 
 먼 별들이 구전하는 소멸과 생성의 이중주
 은하계에 알알이 박혀있는 그리움의 유전자
 블랙홀의 들숨과 날숨을

 누군가 접혀진 문장에 기생하던 
 그 누군가의 울림을 파르르 움켜쥐고
 어둠과 더 먼 어둠이 차곡차곡 중첩된 
 그리움의 연대기에
 나는 잠시 머물다 가는 별똥별 

 티끌들이 온 세상을 밝히고 있다 










  

 전장석 시인
 2011년《시에》로 등단
 시집『서울, 딜쿠샤』가 있음.